길 때가 되었는데 안 기는 아기, 우리 아이도 결국 기어가기 시작했다 – 조급했던 엄마가 배운 것들
또래는 다 기는데, 우리 아이만 가만히 앉아있던 날들
첫 아이가 생후 8개월이 되던 무렵이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육아모임에서 “우리 애는 벌써 거실을 기어다녀서 정신이 없네!” “집에 매트 깔아놨는데도 맨날 기다가 머리 박아서 울어” 이런 말을 할 때, 저는 속으로 웃으며 맞장구치면서도 마음 한편이 불안했습니다.
‘우리 애는 아직 기지도 않는데… 괜찮은 건가?’
처음엔 그저 느린가 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9개월이 되어도, 10개월이 다 되어가도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서 두 손으로 장난감만 만질 뿐, 기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선 “아직 괜찮아~ 좀 느린 애들도 많아”라고 했지만, 막상 모임에서 비슷한 또래 아기들이 자유롭게 방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자꾸 우리 아이와 비교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시어머니께서 장난삼아 하신 말씀이 제 마음을 콕 찔렀습니다.
“아휴, 이 녀석은 이렇게 앉아만 있으면 다리 힘이 없어서 언제 걸으려나~”
아무 뜻 없이 하신 말씀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날 밤 저는 잠들기 전에 검색창에 ‘9개월 아기 안 기어가요’, ‘기어가는 시기 늦으면 문제’ 같은 문장을 계속 찾아봤습니다. 검색창에서 읽은 몇몇 글은 오히려 더 불안을 키웠고, ‘혹시 발달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아이를 어떻게든 기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온 신경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1. 엎드리는 시간부터 늘려보기 – 쉽지 않았던 첫 도전
처음 제가 했던 건 ‘엎드려 놀기 시간’을 늘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엎드려서 노는 시간이 많아야 아기가 기기 시작한다’는 글을 보고 바로 시도했죠. 그런데 막상 아이를 엎드려 놓으니, 10초도 안 돼서 얼굴이 불콰해지면서 짜증을 내는 겁니다.
“으아아앙—”
아이는 얼굴을 바닥에 박고 울기 시작했고, 저는 당황해서 바로 안아 올렸습니다. ‘엎드리는 게 이렇게 싫은데 괜히 강제로 시키면 더 스트레스 받겠구나’ 싶어서 며칠간 다시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한 번에 오래 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자주 하는 게 맞겠구나.”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는 욕심을 버렸습니다. 10초라도 엎드려 있으면 칭찬해주고, 1분 버티면 제가 막 박수를 치며 “우리 아기 최고!”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3~4번씩 틈틈이 시도하니, 신기하게도 일주일쯤 지나자 아이도 조금씩 적응하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2. 장난감을 멀리 놓아보는 ‘유혹 작전’
엎드리는 시간이 좀 익숙해진 후 저는 한 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아이 앞에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일부러 조금 멀리 놔보는 거였어요.
10cm 정도만 떨어트려 놓았더니 처음에는 손을 뻗다가 안 되니까 짜증을 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엎드린 상태에서 배를 끌며 앞으로 조금 움직인 겁니다. 그때 저는 정말 감격해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오오! 움직였다! 우리 애가 앞으로 갔다!”
아직 ‘기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엎드려서 몸을 앞으로 조금씩 끌고 가는 모습만으로도 저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 뒤로는 장난감을 조금씩 더 멀리 놓았습니다. 처음엔 10cm, 그다음엔 30cm, 나중엔 1m 정도 떨어진 곳에 놨습니다.
아이는 처음엔 투정을 부렸지만, 결국 움직였습니다. 장난감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뿌듯한 표정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3. 엄마가 직접 기어보기 – 내가 놀아주는 방법이 바뀌었다
이때쯤 저는 또 다른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바로 제가 직접 아기와 함께 기어다니는 거였습니다.
책에서 ‘아기는 엄마가 하는 걸 보고 따라 한다’는 글을 본 뒤였는데, 처음엔 솔직히 좀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기의 눈을 맞추고 말했습니다.
“엄마랑 기어가볼까? 엄마 잡아봐~”
그리고 거실 매트 위에서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죠. 처음엔 남편이 보고 웃었지만, 아기는 엄마가 낯선 행동을 하니까 신기했는지 저를 빤히 보다가 따라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몇 번씩 같이 기어가며 놀아주다 보니, 아이도 점점 손과 무릎을 움직이는 시간이 늘어갔습니다.
4. 드디어 기어가기 시작한 날
10개월하고도 보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날도 저는 아기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엎드린 상태에서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무릎을 세우더니 앞으로 ‘툭툭’ 기어가는 겁니다.
순간 저는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기어간다…!”
남편도 급히 불러서 같이 봤고, 우리는 마치 아기가 첫발을 뗀 것처럼 박수를 치고 환호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든 아이 옆에서 한참을 얼굴을 쓰다듬으며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조급해했구나, 아이는 결국 자기 때가 되면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아이는 각자의 속도로 자란다
지금 제 아이는 어느새 뛰어다니고 소파를 넘고 장난도 칠 만큼 활발한 유아가 되었습니다.
그때 ‘왜 안 기어가지?’ 하며 마음 졸이던 시간들이 이제는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그때 저는 몰랐습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다는 걸요.
조금 늦게 기어가도, 늦게 서도, 결국 아이는 자기 속도로 자란다는 걸요.
혹시 지금 길 때가 되었는데 안 기어가는 아기를 보고 걱정하고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이는 자기 때가 되면 갑니다.”
그리고 엄마가 옆에서 장난감 조금 멀리 놓아주고, 같이 엎드려 놀아주고, 기어가며 웃어주면
그 작은 응원이 아기에게는 ‘움직일 힘’이 될 거예요.
그렇게 언젠가 아기가 엉금엉금 앞으로 가는 날,
엄마는 그 작은 움직임에서 큰 감동을 받게 될 겁니다.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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