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 심한 아이, 친구 사귀기 돕는 역할극 놀이 – 내 아이와 함께한 변화의 기록
엄마인 내가 마주한 ‘낯가림’이라는 벽
아이가 두 돌을 넘기고 세 살이 될 무렵, 저는 점점 더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집에서는 그렇게 밝고 활발한 아이가, 바깥에만 나가면 돌처럼 굳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까르르 웃고 있을 때, 제 아이는 제 뒤에 꼭 붙어서 옷자락을 붙잡고 고개만 빼꼼 내밀었습니다. 아이 또래의 친구가 다가와 “같이 놀자!”라고 손을 내밀어도, 제 아이는 움츠러들며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저는 억지로 아이 손을 잡고 친구들 사이로 데려가보기도 했고, “인사해볼까?” 하며 옆에서 다독이기도 했지만, 아이는 몸을 더 뒤로 숨겼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남들 시선도 신경 쓰였습니다.
‘혹시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한 건 아닐까?’
‘너무 엄마만 찾으면 나중에 유치원 가서도 친구를 못 사귀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도 사실 어릴 적 낯가림이 심했던 아이였습니다. 엄마 손 꼭 붙잡고 낯선 사람 앞에서는 말도 잘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느꼈던 두려움과 불안함을 생각하니, 제 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를 억지로 밀어넣지 말고, 아이가 안전하게 느끼면서 친구 관계를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때 제가 떠올린 것이 바로 ‘역할극 놀이’였습니다. 집에서 먼저 안전하게, 엄마와 함께 친구 만나는 상황을 흉내 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1. 첫 시도 – 엄마가 친구가 되어준 날
어느 날 오후, 저는 거실에 아이와 마주 앉았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 두 개와 작은 공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오늘 우리 친구처럼 한번 놀아볼까? 엄마가 친구가 되어볼게.”
아이는 처음엔 어리둥절해했지만, 인형들이 등장하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인형 한 개를 손에 들고 “안녕, 나는 토토야. 너랑 같이 놀고 싶어!” 하고 일부러 밝게 인사했습니다.
아이도 손에 다른 인형을 들고 작은 목소리로 “응… 나는 뽀뽀야…”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공놀이 해볼까?”라며 공을 굴려주었고, 아이도 살짝 웃으며 공을 굴려줬습니다. 공이 오고 가는 단순한 놀이였지만, 저는 그 안에서 ‘친구가 다가왔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고마워, 공 굴려줘서 기분이 좋아!”
이렇게 말하면 아이도 따라서 “응, 나도 좋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저는 비로소 알았습니다. 아이가 낯선 친구 앞에서 말문이 막히는 것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라는 사실을요.
2.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대화 – 아이 마음에 심어진 작은 씨앗
역할극 놀이는 그렇게 하루 5분, 10분씩 이어졌습니다. 저는 때로는 친구 인형이 “나도 너처럼 빨간 신발 신고 싶다!”고 말하게 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나 오늘 기분이 좀 슬퍼”라며 감정을 표현하게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인형을 통해 말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대화도 있었습니다.
“토토야, 내가 너한테 공 빌려달라고 하면 너 줄 거야?”
그러자 아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음… 조금만 줄게.” 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웃었지만, 바로 이렇게 칭찬했습니다.
“우와, 뽀뽀가 자기 장난감 빌려준다니 토토가 엄청 기분 좋겠다!”
그날 이후, 아이는 역할극 놀이에서 스스로 먼저 “같이 놀래?”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아이가 친구 사귀기의 첫걸음을 집 안에서 조용히 떼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3. 실제 상황에서의 변화 – 낯선 친구에게 건넨 첫마디
역할극 놀이를 꾸준히 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여느 때처럼 놀이터에 갔는데, 아이가 또래 아이들 옆에서 망설이는 듯 서 있었습니다. 저는 일부러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 스스로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나도 같이 해도 돼?”
그 말을 듣고 저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물론 그날 아이가 처음부터 친구들과 막 어울려서 신나게 뛰어논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마디를 꺼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아이에게는 엄청난 용기였다는 것을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저는 아이를 꼭 안고 말했습니다.
“엄마, 너무너무 기뻐. 오늘 네가 친구한테 같이 놀자고 말하는 걸 봤어. 정말 멋졌어.”
아이는 수줍게 웃었지만, 그 눈빛은 자신감으로 반짝거렸습니다.
4. 역할극 놀이가 주는 힘 – 아이 마음에 심은 용기의 씨앗
지금도 제 아이는 낯선 곳에 가면 여전히 긴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압니다. 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 아이가 자기 속도로, 자기가 편한 방식으로 친구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요. 역할극 놀이는 바로 그 자기만의 속도를 존중해주는 놀이였습니다. 엄마가 가장 안전한 친구가 되어주고,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관계 맺기의 연습을 하니, 아이도 조금씩 ‘친구 관계가 그렇게 무섭지 않다’는 걸 배워나갔습니다.
낯가림도 아이의 개성입니다
낯가림이 심한 아이를 둔 엄마라면, 때로는 걱정과 불안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해보니, 낯가림은 단점이 아니라 아이의 기질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친구 관계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주고, 따뜻하게 도와주는 일입니다.
“안녕!”
“같이 놀래?”
“고마워.”
이 짧은 말들이 아이에겐 아주 큰 허들일 수 있습니다. 그 허들을 넘어보는 첫 연습, 집에서 엄마와 함께하는 역할극 놀이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와 제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분명 언젠가 아이 스스로 친구에게 다가가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그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그때 엄마는 뒤에서 살짝 미소 지으며, 아이의 작은 용기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면 됩니다.
저는 그렇게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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