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 심한 유아에게 잘 먹이는 반찬 레시피 (3살, 4살, 5살) – 엄마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우리집 밥상 이야기
“이거 안 먹어!” 외치던 아이, 매 끼니가 전쟁 같았던 날들
제가 처음 ‘편식’이라는 단어와 진짜로 마주하게 된 건, 첫째 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두 돌 무렵까지는 나름 이유식도 곧잘 먹고, 주는 대로 비교적 잘 받아먹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접시를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초록색 채소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듯 고개를 휙 돌렸습니다. 상추, 시금치는 말할 것도 없고, 애호박이나 당근도 조금만 눈에 띄면 “이거 싫어!”라고 외치고 숟가락을 던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래, 입맛이 없나 보지” 하고 넘어갔지만, 그런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어느새 매일 밥상 앞에 앉으면 제가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또 뭘 안 먹는다고 할까…’
‘이러다 키가 안 크면 어쩌지…?’
머릿속에 온갖 걱정이 꼬리를 물고, 결국 저는 점점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편식하면 안 돼!” “이거 먹어야 건강해!”라고 다그치기도 했고, 때론 억지로 입에 떠넣으려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면 저 역시 속상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좌절을 겪고 나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이와 밥상 앞에서 힘겨루기를 하면, 결국 둘 다 지친다.”
그리고 **“아이도 맛있게 느껴지면, 결국 먹는다”**는 단순한 진리를요.
그 후 저는 잔소리를 줄이고, 아이가 좋아하는 맛과 친숙한 재료부터 접근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손이 더 가고 번거로웠지만, 그렇게 조금씩 아이가 한 입, 두 입 받아먹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가는 게 맞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때 제가 직접 해보면서 성공했던, 편식 심한 우리 아이에게 잘 먹였던 반찬 레시피들을 3~5살 유아 기준으로 나눠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브로콜리 치즈볼 – 초록색은 싫어해도, 치즈는 좋아하니까
브로콜리는 제 아이의 최대 적이었습니다. 초록색 송이를 본 순간부터 무조건 손사래를 쳤으니까요. 처음엔 데쳐서 그냥 주다가 실패했고, 다져서 계란찜에 넣어봐도 “초록색 뭐야!” 하고 뱉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치즈와 감자를 활용해볼 생각이 났습니다. 치즈는 무조건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감자를 삶아 으깬 다음, 브로콜리를 아주 잘게 다져서 섞고, 그 안에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 동그랗게 빚어봤습니다. 약불에 노릇하게 구워주니 뭔가 모양도 귀엽더라고요.
식탁에 내놓으면서 말했습니다.
“이건 치즈볼이야. 한 번 먹어볼래?”
그날 아이는 브로콜리가 들어갔다는 사실도 모른 채 “치즈 늘어나~!” 하면서 두 개를 뚝딱 먹었습니다. 그때 저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죠.
레시피:
- 감자 1개 삶아 으깨기
- 브로콜리 소량 다져서 데친 후 감자에 섞기
- 소금 아주 약간
- 한입 크기로 빚으면서 속에 모짜렐라 치즈 조금씩 넣기
- 약불에서 노릇하게 굽기
팁:
- 치즈가 쭉 늘어나는 재미 때문에 아이들이 더 좋아합니다.
- 브로콜리를 너무 많이 넣기보다 처음엔 아주 소량만 넣고 성공 경험부터 주는 게 좋아요.
2. 당근계란말이 – 당근이 사라지는 마법
당근도 아이가 유독 싫어하던 채소 중 하나였습니다. 볶음밥에 넣어도 골라내고, 국에 넣어도 입으로 밀어내고. 그래서 저는 결국 ‘당근의 모양을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당근을 곱게 갈아서 계란물에 섞은 뒤 계란말이를 해봤습니다. 사실 저도 긴장했죠. “혹시 색깔 보고 또 싫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아이가 한 입 베어 물고는 “이거 부드러워!” 하면서 반개를 순식간에 먹는 겁니다.
그날 이후 당근은 우리 집 계란말이에 늘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자기가 당근을 먹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엄마 이거 또 해줘!” 하고 말하더라고요.
레시피:
- 당근 작은 것 1/3개 강판에 곱게 갈기
- 계란 2개 풀고 당근 섞기
- 소금 약간
- 약불에서 천천히 계란말이 만들기
팁:
- 처음엔 당근을 아주 조금만 넣고, 익숙해지면 점점 늘려가세요.
- 계란말이를 너무 두껍게 하면 아이가 싫어할 수 있으니, 얇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면 더 잘 먹어요.
3. 돼지고기 두부 동그랑땡 – 고기 먹다가 두부도 같이
두부도 아이가 싫어했지만, 고기는 좋아했기에 두 개를 섞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처음엔 고기맛이 강하게 나게끔 돼지고기 비율을 더 높게 해서 동그랑땡을 만들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만들면 먹기 힘들어해서, 저는 한입에 쏙 들어가게 아주 작게 빚었어요.
접시에 놓고 “고기 동그랑땡이야~” 하고 내놓으니, 아이는 처음엔 고기라고 생각하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 입 베어 물고 “안에 뭐가 있어?” 하길래, “그건 부드러운 두부야”라고 했더니 의외로 싫어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고기를 핑계 삼아 두부도 자연스럽게 먹게 된 날, 저는 또 속으로 춤췄습니다.
레시피:
- 돼지고기 간 것 150g
- 두부 1/4모 물기 빼고 으깨기
- 다진 양파 조금, 소금 약간
- 동그랗게 빚어서 약불에 굽기
팁:
- 너무 크게 만들면 아이가 부담스러워하니, 작게 한입 크기로 만드는 게 좋아요.
- 케첩 살짝 찍어주면 더 잘 먹어요.
잔소리보다 ‘맛있는 기억’이 먼저였어요
저는 결국 알았습니다.
편식하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잔소리를 줄이고, 아이가 맛있게 먹었던 경험을 늘려주는 것”이라는 걸요.
세 살, 네 살, 다섯 살까지 아이 입맛은 계속 변합니다. 오늘 안 먹어도 내일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저도 그 사실을 알게 되니, 밥상 앞에서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습니다.
혹시 오늘도 “이거 안 먹어!” 소리에 속상했다면,
내일은 치즈볼, 계란말이, 동그랑땡 중 하나를 가볍게 시도해보세요.
아이가 한 입 먹고 환하게 웃을 때, 엄마의 마음에도 작은 꽃이 피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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