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물 싫어해요”
목욕·양치 거부하는 아이, 마음 풀어주는 생활 놀이법
아이가 물만 보면 몸을 뒤로 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날들이 이어졌다.
“싫어! 안 해!”라는 외침에 하루에도 몇 번씩 한숨이 나왔다. 특히 저녁마다 벌어지는 목욕 시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양치는 더 어려웠다. 치약을 조금만 묻혀도 고개를 돌려버리고, 칫솔이 입에 들어가면 손으로 밀쳐냈다.
처음엔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에 답답했지만, 어느 날 문득 아이의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겁에 질린 눈, 경계하는 얼굴. 그제야 알았다. 아이는 단순히 싫은 게 아니라 두려워하고 있었다.
물은 어른에게 일상적인 존재지만, 아이에게는 낯설고 때론 위협적인 대상일 수 있다.
시야에 갑자기 튀는 물방울, 피부에 닿는 차가운 감촉, 입안에서 느껴지는 치약의 낯선 맛. 그 모든 게 아기에게는 작은 충격이었을지도 모른다. 엄마인 나는 그동안 "그냥 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아이가 느낄 감정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다.
오후 햇살이 따뜻하게 쏟아지던 날이었다. 베란다에서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아이가 다가와 작은 손가락으로 세탁기 돌아가는 모습을 가리켰다. “엄마, 물이 춤춰!”라고 말했다.
그 말이 신기해서 "그러네, 물이 빙글빙글 춤추고 있네!" 하고 맞장구쳤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기로 했다.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재미있고 친근한 친구로 만들어주기로.
1. 목욕 시간, ‘장난감 친구’가 함께 들어가는 날
그 다음 날, 목욕 시간에 아이가 좋아하는 오리 장난감을 들고 욕조에 먼저 띄웠다. "오리가 먼저 놀고 있네, 우리도 들어가볼까?" 했다. 처음엔 망설이던 아이가 오리를 만지기 위해 한 발 내디뎠다. 물에 발끝이 닿자 몸이 움찔했지만,
나는 재촉하지 않았다. 오리랑 이야기하며 기다렸다.
"오리가 물에서 둥둥 떠다니네. 아, 오리가 물 마시러 갔대!" 그렇게 놀다 보니 어느새 아이도 물속에 들어와 있었다.
그날 이후 목욕은 ‘오리와 물놀이하는 시간’이 되었다.
때론 작은 컵도 챙겼다. "컵으로 물을 옮겨볼까?" 하면 아이는 물을 따르고 쏟고, 자기 발에도 일부러 붓고 웃었다. 물이 무섭다는 생각보다 '물은 내가 만질 수 있고, 다스릴 수 있는 것'이라는 경험이 아이에게 새겨진 것이다.
2. 양치, 거울 앞에서 ‘치카송 놀이’
양치질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아침마다 세면대 앞에서 거울을 보며 ‘치카송’을 만들었다.
“치카치카 이~ 이를 닦아요~
깨끗이 싹싹 닦으면~ 반짝반짝 웃어요~”
손가락으로 이빨을 가리키며 웃어보였더니 아이도 따라서 이를 드러냈다. 그때 재빨리 칫솔을 손에 쥐어주었다. "이거 마법 칫솔이야! 이를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칫솔을 장난감처럼 보여주니 아이는 스스로 입을 벌렸다. 물론 처음엔 몇 번만 닦고 끝냈지만, 매일 반복하니 조금씩 시간이 늘어났다.
3. 세면대에서 ‘손씻기 놀이’, 물의 감촉에 익숙해지기
아침에 손 씻을 때도 놀이로 연결했다. "손에 거품 친구 나왔다! 어, 손바닥에서 춤춘다!" 하고 비눗방울을 보여주며 손바닥을 비볐다. 아이도 따라 하면서 거품을 만지며 즐거워했다. 손 씻기가 즐거운 경험이 되자 물도 자연스럽게 덜 두려워하게 됐다.
4. 바깥에서 물 만지기 경험 쌓기
비 오는 날이면 우산만 쓰지 않고, 일부러 손을 내밀어 보였다. "비가 인사하네! 톡톡, 우리 손 만진다!" 그 말을 듣고 아이도 손을 내밀었다. 작은 손등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아이는 “비가 차가워!”라고 웃었다. 물에 대한 감각을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돕는 과정이었다.
5. 스스로 선택하게 하기 – 억지보다 자율감 주기
목욕이나 양치 시간을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 "지금 할까? 아니면 조금 있다가 할까?" 선택권이 주어지자 아이는 스스로 움직이려 했다. 억지로 끌고 가던 때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처음엔 그저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만 여겼던 일들이, 아이에게는 감각과 감정이 얽힌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른의 기준으로 ‘당연한 것’이라고 재촉하기보다, 아이가 물과 친해질 시간을 기다려주고 놀이처럼 접근했을 때, 조금씩 변화가 시작됐다.
지금도 가끔 목욕을 싫어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럴 땐 "오늘은 오리 친구도 피곤하대, 내일 같이 놀까?" 하고 기다린다.
놀랍게도 다음 날이면 아이가 먼저 “엄마, 오리랑 물놀이 가자!” 하고 손을 잡아끈다.
물은 어느새 아이에게 '두려운 것'에서 '재미있는 것'이 되었다.
이 작은 변화가 아이와 나의 하루를 훨씬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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